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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곁으로 간 동생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272
등록일 2012/12/18 00:00
[오마이 뉴스]


"더 이상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이렇게 죽기 싫습니다"
▲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지훈 군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 강민수

눈과 비가 그치고 햇살이 내린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헌화대에 김아무개씨가 검은색 자동차 장난감을 올려놓았다. 국화 한 송이를 대신한 이 장난감은 그의 아들 박지훈(11)군이 아끼던 것이다. 김씨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헌화대 앞에서 주저 앉았다. 김씨 뒤의 장애인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박지훈군의 장례식이 장애인과 시민 5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엄수됐다. 뇌병변 장애 1급인 박군은 지난 10월 29일 경기 파주, 자신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46일 만에 숨졌다. 함께 있던 누나 박지우(13)양이 숨진 지 37일 만이다. 남매는 야근 중인 아버지와 월셋방을 구하러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다 변을 당했다. 남매는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이 가장 큰 사인이었다.

헌화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부터였다. 장애인들은 힘겹게 팔을 뻗어 하얀 국화를 올려놓았다.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헌화는 더디게 이어지고 가수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이 흘러퍼졌다. 이 곡은 부모가 방문을 잠그고 일터에 나간 사이 화재에 숨진 남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날 장례식의 진행과 발언은 모두 수화로 전해졌다. 청각장애인들도 함께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30여 명의 장애인들은 활짝 웃는 남매의 영정과 '장애인 등급제 폐지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46일간 사경을 헤맨 11살 박군의 마지막 가는 길도 편치 않았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 운구차에서 박군의 시신을 옮기려 했지만 경찰이 가로막았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에 시신이 들어온 적이 없다"며 100여 명의 경찰병력으로 차량 주변을 둘러쌓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에 "11살 어린애 가는 길 막지 말라", "이제라도 편히 가게 하자"고 외쳤지만 방패 든 경찰은 꼼짝도 안 했다. 때문에 장례식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했다.

경찰, 광화문광장 운구 막아... "이제라도 편히 가게 하자"


▲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엄수된 박지훈 군의 장례식에서 경찰이 박군의 시신 운구를 가로막자 장애인 활동가들이 "11살 어린애 가는 길 막지 말라", "이제라도 편히 가게 하자"고 외치고 있다.
ⓒ 강민수

장례식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아동돌봄서비스가 있지만 극소수의 장애아 가정에 1년 320시간 불과한 생색내기"라며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고 주장했다. 박군의 부모는 맞벌이로 집을 비우는 동안 박군을 돌봐줄 사람을 신청하기 위해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고려했지만 심사가 까다롭고 시간이 2~3시간밖에 안 돼 포기했다.

지난 10월 26일, 장애인 활동가 김주영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새벽에 화재로 숨을 거든 후 장애인 단체들은 '부양의무제·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외치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장애인 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소연 무소속 대선후보는 두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김 후보는 "김주영·박지우·박지훈 연이어 3명이 죽어야만 대책을 세우는 것인가"라며 "오늘 광화문에서 유세가 있지만 사람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가 장애인 문제 해결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는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의 목숨을 잃어도 아무렇지 않는 사회가 됐다"며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 철거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 측의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정말 죄송하다"고 장애인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복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며 "부양의무제, 장애인등급제 폐지는 새누리당과 타협하면서 할 일이 아니기에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지우, 지훈이 남매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부모에게만 내맡겼던 사회의 무관심을 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우리 사회가 부자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까다로웠다"며 "더 이상 지훈이 같은 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군의 시신은 이날 오후 벽제 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다. 겨우내 임시로 보관한 후 그의 유골은 봄이 되면 수목장으로 예정된 곳에 뿌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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