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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중진담]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같은 공간, 인현지하도상가 안전을 책임지는 이석환 사우
작성자 서울이야기꾼 조회수 6658
등록 부서 홍보마케팅실
등록일 2015/08/30 18:02

 

전파사 아저씨를 꿈꾸던 소년이 인현지하도상가와 인연을 맺기까지...

 

 

전기실에서 작업을 하는 이석환사우 모습

 

"고등학교 때 동네에 큰 전파사가 있었어요. 뭐든 가져다주면 다 고치는 전파사 아저씨가 정말 멋있어 보였고, 전파사 사장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공고에 진학했고, 그때부터 전기와 인연을 맺어 대학까지 전기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을 진학해서는 전기 실기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교사의 꿈을 키웠는데, 실기 교사를 뽑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졸업 후 도시철도공사 및 전기 관련 공사 용역 일을 계속하면서 동대문 시장에서 꽤 오랫동안 남성의류 장사를 했어요. 그러다 공고를 보고 2012년 6월 서울시설공단에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까지 인현지하도상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전파사 사장, 전기 기술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원 자격증에 도전하고, 동대문 시장 장사의 매력에 빠져 있던 시절까지 이석환 사우는 굴곡이 많은 인생이었다고 했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눈빛은 반짝였고 자신감이 넘쳤다.

 

"동대문 시장 장사가 정말 재미있었지만, 그 일은 언제든 자본과 감각만 있으면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기와 관련된 일은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아야 인정받을 수 있고 지금 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면 현장에서 배우고 공부를 더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어깨 너머로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

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이석환 사우의 무한 도전

 

"지금 교원자격증과 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공단의 선배님들처럼 기능장 자격증을 따고자 공부하고 있어요. 저희 인현지하도 상가는 전기, 소방, 기계, 영선 기술자

4인이 4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시설관리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전기라고 전기 업무만 하고, 기계라고 기계 업무만 담당할 수 없어요. 자기 업무 외의 일들도 소화할 줄 알아야 진정한 시설업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도 공단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전기, 시설관리 분야에 젊은 인력이 많지 않은데 ‘시설 관리’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오해 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전문적이지 않고 건물 관리인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특히 공단의 시설관리 업무는 어느 관리소이든 소방, 전기, 기계, 영선, 공조 등 전체 시스템을 파악하고 각각의 업무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의 폭이 커요.

또한 시민과 연계된 도시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안전교육부터 다양한 교육 지원프로그램이 많아서 전문성을 많이 가져갈 수 있어요."

 

인현지하도상가에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는 그. 상가관리처에서 근무하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순환보직에 따라 다른 사업장 업무를 맡게 될 것 같다는 이석환 사우가 바라본 인현지하도 상가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지금은 상가가 많이 죽어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있어요.그러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지리적으로는 동대문 시장과 인접해있고,

(구) 풍년 호텔이 PJ 호텔로 리뉴얼하면서 중국, 일본 관광객들 인구가 꽤 많아졌어요. 이런 기회를 발판으로 예전 코스모스 쇼핑센터가 있을 때처럼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어요. 관광객 대상 특화된 상점들이 많이 생겨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사무실 앞 모습과 전기실에서 작업하는 모습

 

 

가족 같고 사람 냄새나는 곳

 

다른 지하도 상가와 달리 작은 규모여서일까? 인현지하도상가의 풍경은 어느 곳보다 관리자와 임차인들이 마치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터뷰 중간 상가 임차인 한 분이 사무실로 들어오셨다. “우리 상가에 등기 온 것 없었어요?”, “네. 우체부 아저씨가 문 닫혀 있으면 이리로 오시니까 오면 챙겨놓을게요”

일상적이고 사소한 두 분의 대화에서 스스럼없이 편안한 모습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지하도 상가와 비교할 때 워낙 작은 규모여서 임차인들과 가깝고 상가들 내부 사정도 다 알고 있어요. 다른 지하도 상가는 점포들이 100개 이상씩이고, 시설 직원이라고 상가를 내 집처럼 들여다보고 할 수 없겠지만, 저희는 상가 냉장고에 먼지가 끼어 있으면 화재 위험이 있으니 당부와 주의를 드리고 그런 부분에서 가족같이 소통이 편한 분위기에요. 간혹 분전반(차단기) 고장이 나면 워낙 나이가 많으신 상인 분들이 많아서 직접 갈아 드리기도 해요."

 

자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지만, U 화재 시스템 정기점검을 할 때도 다른 곳은 화재 경보 시스템이 100개~200개 이상이지만 인현지하도상가는 50개라서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고 경보 시스템이 울리면 10초 만에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지하도상가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가운데, 그래도 업무를 하는 데 있어 고충이 있을 것 같아 혹여 어려운 점이 있지 않느냐 슬쩍 물어본다.

 

"8시 출근, 5시 퇴근하고 다음날 야간 근무자는 오후 5시부터 익일 8시까지 4명이서 4교대로 업무를 해요. 규모가 작다 보니 저희는 경비 담당자가 따로 없어요.

환경미화는 1분이 계세요. 7시부터 4시까지 근무를 하시는데 평일만 출근하시고 주말은 쉬세요. 주 업무 외에 노숙자분들이 야간에 주무시는 것도 체크해야 하고 주말에는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가가 작고 오래되어서 출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다 보니 가끔 주변 신성 상가, 진향 꽃 시장인 줄 알고 잘못 들어오신 어르신들이 있어요. 들어는 오셨는데 다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입구에 가만히 계실 때가 많아요. 가끔 사무실로 찾아오실 때도 있지만, CCTV로 보면 저희 할머님 생각이 나서 앉아 있을 수 없어요."

 

사람들의 발길은 적은 곳이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인현지하도상가.

혼자서 업무를 하는 것이 부담되고 외로울 것 같다는 말에 할 일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웃는 그.

 

"혼자 근무를 하지만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는 교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서로 업무 협조를 해요. 그리고 저희는 시청, 을지 2구역, 을지 3구역, 신당과 함께 을지로관리소 소속인데요. 저희와 가장 인접한 을지 3구역에서 연동 시스템을 통해 인현지하도상가의 CCTV 및 화재 경보 시스템을 이중으로 체크하고 있어요."

 

"다만, 여기 주변에 퀵 운송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콜 없을 때 주변에 공원이나 공공시설이 없다 보니 지하도 상가 입구 캐노피에 걸터앉아 쉬면서 담배를 피우세요. 담배 냄새가 지하로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담배꽁초를 계단에 던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사고는 언제 날지 모르는 것인데 그렇게 걸터앉아 있다 뒤로 넘어지시면 위험할 수 있어 매번 말씀을 드리지만 몇 십 명씩 되시는 분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난감해요."

 

인현지하도상가 입구 및 캐노피 모습

 

 

규모는 작아도 안전만큼은 최우선 관리소!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일관하던 그에게도 한 가지 단호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과 양보가 없다는 점이다.

지하도 상가 내부 안전을 위해서 시스템 변화는 물론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해서 들어봤다.

 

"상가가 오래됐지만 시설은 2013년도 신식입니다. 예전에는 상가가 무서워서 안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영화 <감시자들>에서 지하주차장과 상가 추격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이 저희 상가의 옛 모습이에요.

참고로 설경구, 정우성 씨를 매일 봤었습니다.(하하하) 그때 영화팀이 저희 상가를 보고 낙후된 모습이 세트나 다름없다고 좋아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은 천장 공사 및 형광등을 모두 LED로 교체해서 말끔해졌어요. 형광등 안전기가 너무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전부 교체하는 일에 한동안 바빴었는데요.

바닥 교체까지는 돈이 많이 들어 못했지만, 당시 백인걸 팀장님 이하 직원 모두가 수세미로 바닥을 닦았어요. 그리고 특고압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저고압으로 계약전력을 변경해 전기와 기계시설의 안전성도 우수해졌어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

 

천장 공사와 LED 교체로 전체 상가 분위기는 물론 전기료 면에서 30% 절감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공동관리비가 내려가니 상인들 웃음꽃도 피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정든 지하상가를 떠나게 된다면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 인현에서 함께 근무하는 김종한 선배님이 계신데 업무를 교대할 때 듣고 배우는 것이 참 많아요. 선배님은 공단의 사업장 중 안 가본 것이 없을 정도로 오랜 연륜을 갖고 계셔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요. 저희에겐 어디서나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홍반장’ 같은 분이세요. 을지로 다른 사업장 담당자들과의 원활한 업무 연계를 위해서 후배들 간의 자리도 마련해주셨어요. 그런 노고 덕분에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바탕이 돼서 팀웍이 정말 좋아요. 저도 선배님을 멘토로 공단의 사업장들을 모두 거치고 나면 다양한 업무를 흡수해 전문가가 되고 싶고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인현지하도상가 풍전삼계탕과 골동품, 이발소 풍경

 

마지막까지 상가 자랑에 침이 마르는 인현지하도상가 사랑꾼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거나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지하도 상가는 한 달에 한번 소방훈련을 실시해요. 그런데 전기 전문가로서 소화기나 불을 끄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큰 화재 사고의 대부분은 전기사고로 발생해요. 누전이나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이랄지 소방훈련을 할 때 전기에 관한 소방교육이 더 체계화되고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 상가의 자랑 ‘풍년 삼계탕’ 홍보 많이 해주세요! 저도 복날은 못 먹을 정도로 줄이 엄청 길어요. 가격은 13,000원인데 정말 맛있고 양이 엄청 푸짐하답니다. 설경구 씨도 인정한 맛 집이에요.(하하하) 그리고 우리 인현 상가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석환 사우는 자신이 왜 인터뷰에 선정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보다 더 열심히 근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인터뷰에 응해도 될지 걱정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느낀 그의 모습에서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현지하도상가를 위해 마음을 다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 꿈꿨던 전파사 사장님이 동네의 고장 난 물건을 고쳐 주민들이 더욱 편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지금 인현지하도상가의 임차인들과 그 곳을 찾는 시민을 위해 상가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그야 말로 서울은 지금 36.5도가 찾는 가장 적임자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푸근한 인현지하도상가의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차중진담은 차를 마시는 중에 나오는 진심 담긴 담소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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